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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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질병사의 전환점, 지금은 미드 코로나 상황
등록일
2020-11-30 오후 4:40:17

현재 우리나라는 국립마산병원, 국립목포병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까지 공공 결핵병원 3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서북병원은 서울시가 운영․관리하는 곳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및 중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장기입원 결핵환자의 결핵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의 박찬병 원장을 만나 서북병원의 현황과 감염병 전문병원으로의 역할에 대해 들었습니다.

Q)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큰데 서북병원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A) 우리 병원의 미션과 비전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감염병 전문병원이라는 부분을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호흡기 감염병 유행마다 우리 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감염병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코로나19 초기에도 모든 의료진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서북병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등 12개 시립병원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팬데믹 사태에 대응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는 초기에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경향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유행했던 메르스 수준을 예상했으나 전염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의료원과 서남병원은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했으며 보라매병원도 병동 2개를 추가 확대했습니다.

우리 병원도 1개 병동으로는 코로나19 대응이 어려워 급히 병상을 확대하고 기존 입원환자를 이송시키고 예약됐던 환자에게 급히 연락을 취하는 긴박한 순간이 반복됐습니다. 무엇보다 메르스 때는 결핵병동 1개만 전환했었으나 이번에는 7개 병동의 환자를 이송시킨 후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켜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모든 의료진이 비상 상황이었습니다.

초기에는 4월 말이면 어느 정도 확산세가 진정되리라 생각했으나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계속됐었습니다. 4월 이후 코로나19 증가세가 수그러들면서 8월 이후로는 호스피스 병동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8월 중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예약 중이던 환자의 진료 일정을 다시 취소하고 재조정하는 등 공직생활 중 이번처럼 급박한 상황이 반복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Q)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예측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A)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인터뷰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간의 경험과 의료진으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그래도 언제쯤이면 좋아지지 않을까’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계속해서 어긋나다 보니 코로나19의 추이를 예측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역할은 코로나19라는 공격에 대비해 철저한 상황 파악과 체계적인 예방 및 관리를 통해 최고의 수비수가 되는 것입니다. 보건학적으로 날씨가 더워지면 바이러스가 줄어드는 것은 정설처럼 되어 있는데 코로나19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역학 교과서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 온 것입니다.

Q)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감염병 전문가로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거로 생각하십니까?

A) 웨비나(웹+세미나) 형태로 코로나19 관련 세미나도 많이 이루어지는데 요즘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지금 ‘미드 코로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미드 코로나 상황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변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봅니다.

예를 들어, 흔히 이야기하는 독감백신 3가, 4가라는 것은 100여 년 축적된 독감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유행할 가능성이 큰 독감 3가지 혹은 4가지를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현재까지 보고된 변종만 하더라도 수십여 가지에 이르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병인 결핵 역시 백신 개발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결핵과도 인연이 깊으시죠?

A) 1990년 즈음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도청에 결핵예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결핵예방법이 낯설었던 당시 결핵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함께 결핵예방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과 달리 그 시절에는 ‘건물 입구 타구통에 가래침을 뱉으라’는 문구가 존재할 정도로 결핵예방법이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수정안을 만들어 제출했고 나중에 평가대회에 참석해 방역 담당 과장님을 만났는데, 결핵예방법에 대한 수정안은 경상북도에서만 제출됐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결핵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동식 X-선 촬영장치로 도서오벽지를 다니며 결핵 검진을 했던 시간들, 경주보건소 근무 시절 후두스왑을 배워 했던 일, 광명보건소에 있을 때는 결핵 관리를 강화하고자 결핵실 간호사를 추가 채용했던 적도 있고 지금까지 의료인으로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결핵과의 인연은 필연이었다고까지 생각됩니다.

Q) K-방역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결핵은 우리나라 질병 정책의 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될까요?

A) 우리나라는 결핵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OECD 가입국 중 결핵발병률 1위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결핵관리는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으며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핵 퇴치에 대한 애타는 마음과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했던 K-방역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그보다 많은 보건복지 역량이 투입된다면 우리나라의 결핵 지표가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Q) 향후 추구하는 서북병원의 결핵환자 관리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정신과 질환과 결핵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입원 병동이 11월경 가동될 예정입니다. 정신과 병동과 결핵 음압 병동이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병원을 비롯한 마산, 목포 등 결핵병원에는 알콜중독과 결핵 혹은 정신적 문제와 결핵이 결합된 형태의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의 질병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그것이 우리나라 결핵 퇴치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Q) 대한결핵협회의 역할 및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지난 9월 12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거듭나면서 우리나라의 질병 관리가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0여 년에 이르는 결핵관리 노하우를 간직한 대한결핵협회 역시 대한민국 방역체계를 구성하는 전문기관으로서 정부의 올바른 정책 수립과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보건세계> 9~10월호의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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