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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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립여성사전시관 특별기획전
등록일
2020-11-30 오후 4:38:20

전염병이 ‘역신’으로 불렸던 근대 이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방역(防役)의 영역에서만큼은 시대를 불문하고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주체적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특히 예방의학과 생활방역에 있어서는 여성이 주도적 역할들 도맡기도 했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주관한 ‘방역의 역사, 여성의 기록’ 특별기획전을 찾아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의료진 및 의료 관련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크리스마스 씰을 살펴봤습니다.

여성, 감염병에 맞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는 그간 우리나라 의학사(史)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방역의 영역, 특히 그 속에서도 예방의학과 생활 방역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했습니다.

방역을 예방과 치료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위생방역 및 주거환경 개선의 주요 담당자였던, 가정의 구성원이자 감염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으로서 여성이 담당했던 방역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당시 시대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80여 점의 유물, 인터뷰, 영상, 설치미술 등으로 기획전을 구성했습니다.

 

질병이 병균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1876년 탄저균이 탄저병의 원인임을 증명한 ‘코흐의 공리’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덕분의 신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병균과의 싸움이 비로소 과학의 영역으로 바뀐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병의 관리와 방역 제도의 정립은 근대에 접어들며 차츰 체계를 갖춰나가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가정 위생의 개념이 싹트며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과 직업 의료인으로서의 여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시된 물품 중 ‘크리스마스 씰’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사인 김점동(박에스더)이 폐결핵으로 사망하자 그의 죽음을 목도한 캐나다 선교의사인 셔우드 홀 박사가 1932년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합니다. 한 때, 셔우드 홀 박사가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되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크리스마스 씰의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크리스마스 씰의 발행을 이어갔습니다. 1932년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된 이후 오늘날까지도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국내외 결핵퇴치사업의 소중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만하더라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의료 분야를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면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인류의 질병 극복을 위해 헌신해왔던 수많은 의료진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노력, 성과, 그리고 고마움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방역의 역사, 여성의 기록’ 특별기획전은 내년 2월까지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개최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 관람은 제한되지만 사전 문의를 통해 전시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한 번쯤 방문해 우리나라 의료 분야에서 여성이 이뤄낸 성과를 살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본 게시물은 <보건세계> 9~10월호의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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